세계적인 브랜드 전문가 사이먼 안홀트가 글로벌 경쟁의 구도가 바뀌고 있음을 한국이 인식해야 한다며 던진 말이다. 세계화와 지방화가 어우러진 이른바 ‘세방화’의 물결 속에 ‘도시브랜드’가 국제 경쟁력을 가르는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오는 2015년까지 우리나라 국가브랜드를 세계 15위권에 진입시키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지만 정작 그 ‘알맹이’라 할 도시브랜드 육성에는 손을 놓고 있다. 일본 도쿄의 브랜드 가치(약 668조원)가 한국 전체의 브랜드 가치(약 553조원)를 능가한다는 사실이 단적인 예다. |
도시브랜드는 국가브랜드를 도시 단위에 적용한 ‘하위 개념’으로 여기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우수 도시브랜드들의 가치는 국가브랜드를 뛰어넘는다. 도시브랜드들이 모여 내는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력의 근간은 국가브랜드가 아니라 도시브랜드라고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이유다. 실제로 뉴욕(미국), 도쿄(일본), 런던(영국), 상하이(중국) 등 세계 40여개 주요 도시의 경제력은 전 세계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국가 간 경제적 경계선이 흐려지고 생산요소의 이동과 공급이 유연해지면서 도시의 위상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도시국가가 번성했던 중세시대에 비견되는 ‘신 중세’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도시브랜드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임을 진작부터 간파한 런던은 최근 17년간 도시재개발사업 등에 총 20조원을 투자해 런던을 세계 금융중심지로 키웠다. 그 결과 영국은 ‘굴뚝’과 ‘스모그’로 대변되던 2차 산업 중심 국가의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고 ‘금융=런던=영국’이란 인식을 전 세계에 심어 주었다. 1970년대까지 ‘범죄의 도시’로 악명을 떨쳤던 뉴욕 역시 이후 연간 수 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어 세계적인 관광·패션 도시로 탈바꿈했다. 특히 뉴욕을 상징하는 ‘I♥NY’는 세계 25위 브랜드로 급성장하며 매년 수십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의 도시브랜드는 따지기조차 민망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 2007년 현재 약 127조원으로 도쿄 668조원의 5분의 1, 런던 399조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서울과 6대 광역시를 합친 브랜드 가치 역시 182조원에 그쳤다. 국가브랜드란 개념을 만든 사이먼 안홀트 영국 공공외교위원회 자문위원은 파이낸셜뉴스와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도시브랜드는 국가브랜드를 대변하는 동시에 역할과 기능 면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향후 글로벌 경쟁은 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지므로 도시브랜드 육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yhryu@fnnews.com 유영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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