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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자 곱셈법 (겔로시아 곱셈법) - 출처 : 네이버 '오늘의 과학'

by 넷둥이파파 2010. 5. 4.

우리나라의 옛 건축에는 문(門)의 종류가 많았다. 문을 지칭하는 명칭에도 솟을대문, 사주문, 일주문, 해탈문, 천왕문 등과 같이 건물과 용도에 따라 다르게 붙여졌기 때문에 그 종류가 매우 많다. 그런데 이런 문은 일반적으로 집을 드나들 때 사용하는 대문을 말하는 것이었고, 방을 드나들 때 사용하는 문은 호(戶) 또는 창호(窓戶)라고 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통건축에서는 창호과 문을 뚜렷하게 구별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의 전통 창호는 격자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전통 창호는 문틀 안에 얇은 살대를 짠 다음 안쪽에 창호지를 발라서 만든 격자창호였다. 살문이라고 하는 이런 창호는 바깥에서 보면 창호의 살대가 그대로 들어난 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는데, 이 살대를 어떤 모양으로 꾸미느냐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특히 절에서는 다양하고 화려한 꽃무늬로 살대를 장식한 꽃살문을 주로 사용하고, 일반가정에서는 팔각무늬나 다음 그림과 같은 격자무늬를 주로 사용하였다.

 

전통 창호의 격자 무늬

 

 

 

격자를 이용한 곱셈법, 겔로시아 곱셉법

격자무늬는 살대를 바둑판처럼 가로와 세로가 일정한 간격으로 직각이 되게 짠 무늬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격자는 건축에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수학에서는 격자를 이용한 곱셈법을 고안하여 사용하였던 적이 있는데, 이 곱셈법을 ‘격자’라는 뜻의 ‘겔로시아(Gelosia)’라고 불렀다. 겔로시아는 인도의 수학자 바스카라가 지은 수학책인 ‘릴라바티’에 주석으로 달려 있고 또 다른 인도의 수학책에 나타나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인도에서 최초로 개발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격자곱셈법 은 인도에서 중국과 아라비아 그리고 페르시아로 전파되었으며 아라비아 사람들에 의하여 서유럽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겔로시아는 계산에 필요한 격자무늬의 선을 그리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간단히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종종 곱셈에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도구로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프랑스에서는 겔로시아가 비슷한 발음인 ‘jalousie’라고 불렸는데, 이 말은 ‘눈이 먼’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바뀐 것은 아마도 이 계산법이 매우 간단하고 단순하기 때문인 것 같다. 겔로시아는 곱하는 두 수의 자릿수에 맞추어 격자모양의 네모 칸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겔로시아 곱셈법(격자곱셈법)은 어떤 방법인가?

이제 겔로시아로 72×43을 계산하는 간단한 방법부터 시작하여 자리수를 늘려가며 차례로 알아보자.

 

 

 

먼저 위 그림과 같이 격자무늬에 대각선을 그린 후 네모 칸 위와 오른쪽에 곱하는 두 수 72와 43을 써 넣는다. 그리고 7과 4를 곱한 결과인 28을 왼쪽 위 칸에 10의 자리 2와 1의 자리 8로 나누어 각각 숫자 하나씩을 써 넣는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2와 4를 곱한 결과인 8을 써 넣는다. 이때, 8은 10의 자릿수로 나타내면 08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대각선 위쪽에 0을 쓰고 밑에 8을 써 넣는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격자무늬의 나머지 부분도 채워 넣는다.

 

격자무늬에서 사선을 바깥으로 연장한 후 사선 안의 수를 더하여 적으면 왼쪽부터 차례로 2, 10, 9, 6이다. 이제 사선의 숫자를 왼쪽부터 차례로 적는다. 이때 사선의 수를 더하여 나온 값이 두 자리 수인 경우에는 올림으로 계산한다. 즉, 사선을 따라 더한 결과가 모두 4개이므로 처음 2는 1000의 자리, 10은 100의 자리, 9는 10의 자리, 6은 1의 자리이다. 따라서 72×43=3096이다.

 

예를 들어 겔로시아로 7695×543을 계산하면 아래 그림과 같이 7695×543=4178385이다. 이와 같은 겔로시아 곱셈법은 사실 우리가 배운 세로셈에서 숫자를 사선으로 배열한 것에 불과하다.


 

 

곱셈에 기본 원리에 충실한 ‘선긋기 계산법’

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곱셈을 배울 때 같은 수를 여러 번 더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곱셈을 도입한다. 물론 이런 방법이 곱셈의 정확한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지는 않지만 곱셈의 기본 원리는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일명 ‘묶어서 세기’인 이 방법은 기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를테면 3×7은 3+3+3+3+3+3+3=21인데, 이것은 왼쪽 아래 그림과 같이 3개의 직선과 7개의 직선이 몇 개의 점에서 만나는 것인가를 묻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은 곱셈법을 ‘선긋기 계산법 ’이라고도 하는데, 두 수의 곱을 직접 셈하지 않고 선을 그리기만 해도 간단하게 답이 나오는 이 방법을 간단한 예인 21×14로 알아보자.


먼저 아래 첫 그림과 같이 21을 왼쪽 위에 2개, 오른쪽 아래에 1개의 사선을 긋는다. 즉, 10의 자릿수만큼 왼쪽 위에 사선을 긋고 1의 자릿수만큼 오른쪽 아래에 사선을 긋는다.

 

이렇게 사선이 그려진 사각형에 14를 표시하기 위하여 아래 중간 그림과 같이 10의 자릿수는 그 수만큼 왼쪽 아래에 사선으로 나타내고 1의 자릿수는 그 수만큼 오른쪽 위에 사선으로 나타낸다. 이 경우는 10의 자릿수를 나타내는 사선은 1개, 1의 자릿수를 나타내는 사선은 4개를 긋는다. 이때 선과 선이 만나는 점의 개수를 세어 보자. 100의 자리에는 점이 2개 있고, 10의 자리에는 9개, 1의 자리에는 점이 4개 있으므로 21×14의 답은  200+90+4=294이다. 

 

21×14를 선긋기 계산법으로 계산하는 과정

  

마찬가지 방법으로 24×23을 계산하기 위해 오른쪽 그림과 같이 사선을 긋고 선과 선이 만나는 점의 개수를 센다. 그러면 점이 100의 자리에는 모두 4개, 10의 자리에는 모두 14개, 1의 자리에는 모두 12개의 점이 생긴다.

 

이때 점의 개수가 10이 넘으면 위의 자리로 올려서 계산한다. 

즉, 400+140+12=552이므로 24×23=552이다. 

겔로시아와 마찬가지로 선긋기 계산법은 두 자릿수 곱셈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겔로시아의 경우는 곱하는 수들의 자릿수에 맞게 격자를 그려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는데, 마찬가지로 선긋기 계산법의 경우도 곱하는 수들의 각 자릿수의 개수만큼 사선을 그려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따라서 큰 수를 곱할 때는 매우 불편하다. 아래 그림을 보면 그 불편함이 이해가 갈 것이다. 이런 불편을 없애기 위하여 우리가 오늘날 사용하는 가로셈법 또는 세로셈법이 등장한 것이다.


10의 자리에 점이 4개, 10의 자리에는 점이 14개, 1의 자리의 점이 모두 12개이다. 따라서, 24×23 = 400+140+12 = 552이다.

 

7695×543=4178385를 계산한 모습. 선긋기 계산법은 숫자가 커지면 불편해진다.

 

 

 

쉬우나 불편한 방법이 어려워도 편리한 방법으로 대체되는 것이 수학의 발전

이처럼 수학적으로 매우 흥미롭고 간단한 방법은 적용범위가 커질수록 오히려 사용하기 불편해지기 때문에 쉽지는 않지만 편리한 방법으로 대체된다. 혹시 여러분 주위에 아직도 간단하지만 불편한 수학이 있다면 편리한 방법을 찾기 위해 도전해보기 바란다. 그런 도전이 수학을 더욱 풍요롭고 흥미로우며 즐겁게 만든다.

 

 

 

주요 용어 설명

  1. 격자곱셈법(겔로시아 곱셈법)

    수학에서 격자를 이용한 곱셈법. 이 방법을 ‘격자’라는 뜻의 ‘겔로시아(Gelosia)’라고 불렀다. 인도에서 최초로 개발된 것으로 추측된다.

  2. 선긋기 계산법

    곱셈을 선을 그어서 계산하는 방법. 곱셈의 원리에 충실한 방법이다. 곱셈할 두 수를 자리수 별로 나누어 선을 교차하게 그은 후 묶어서 세는 방법으로 계산한다.


 이광연 / 한서대학교 수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와이오밍 대학교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았다. 저서로는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 [수학자들의 전쟁],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된 [수학블로그] 등이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 오늘의 과학 

링크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math/2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