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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와이드 워런티 그 ‘불편한 진실’

by 넷둥이파파 2008. 11. 20.
#사례1

미국 유학 시절 델의 노트북PC를 구매한 A씨는 사용한 지 1년 반 만에 팬 소리가 심해지는 현상 때문에 델코리아에 AS를 신청했다. A씨는 PC를 구매할 당시 3년짜리 보증 서비스인 ‘컴플리트커버’를 유상으로 구매한 터라 마음놓고 수리를 의뢰했다. 하지만 델코리아에서 돌아온 답변은 미국에서 구매한 컴플리트커버는 한국에서 적용되지 않으므로 한국에서 수리를 받으려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용 컴플리트커버를 따로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A씨는 “월드 워런티라고 안내받아 구매했는데 이런 줄 알았으면 비싼 돈을 주고 보증서비스를 사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사례2

2년 전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레노버의 노트북PC를 부탁해 구매한 B씨. 해당 제품은 ‘3년 월드 워런티’가 적용되는 제품으로 B씨는 워런티 증서를 갖고 있었다. 메인보드 고장으로 레노버코리아에 AS를 요청하자 “구입할 때 판매자가 발급한 영수증과 당시 미국에 있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여권이나 항공권 등 증빙서류를 제출하라”며 “월드 워런티가 있어도 제품을 구매한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증명할 수 없으면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B씨는 “구입한 지 2년이 넘은 제품의 영수증을 누가 보관하고 있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월드 워런티가 있으면 세계 어디서든 보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없다?’ 답은 ‘없다’에 가깝다.

흔히 전 세계 어디서든 제품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 알고 있는 ‘월드(와이드) 워런티’가 실제 서비스 적용 과정에서는 제약이 많아 소비자의 불만을 자아내고 있다.

외산 PC업체 대부분이 소비자가 따로 돈을 주면 구매할 수 있는 보증서를 판매하거나 특정 제품에 월드 워런티를 보증한다며 홍보하고 있지만, 갖가지 제한 조항을 두어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우선 적용 국가가 한정된 때다. 델이 판매하는 컴플리트커버는 적용 국가가 엄격히 나뉜다. 한국에서 구매한 컴플리트커버는 아·태지역만 해당되는 식이다. 도시바가 판매하는 월드 워런티인 ‘국제유한보증서비스’, 소니가 판매하는 ‘VOS(VAIO Overseas Service)’ 등 대부분의 PC업체가 증서상에 적용 국가와 서비스 내용을 한정한다.

또 한 국가에서 구매한 제품이 서비스를 받으려는 나라에서 유통되지 않으면 AS를 받을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외국에서 구매한 제품이 한국에서 팔리는 모델이 아니면 AS를 해주지 않는다.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 제품·부품을 유통하는 데는 물리적인 제약이 크다는 것이 이유다.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때 소비자는 제품을 산 나라에 직접 물건을 보내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업체들은 워런티 이용 약관에 제한 내용을 명시한 조항을 넣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시각이다. 델코리아 관계자는 “많은 고객이 컴플리트커버로 전 세계 어디에서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증서 구입 시 서비스 제공 국가 및 내용을 이용 약관에 명시하므로 계약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도시바코리아 관계자는 “국제 보증 서비스가 제한하는 서비스 내용은 이용 약관에 명시한다”며 “국제보증 서비스에 ‘유한’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그 때문인데, 대부분 소비자가 한국적 정서에서 제약 없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품을 구매할 때 판매자가 이를 세세하게 알리는 일은 드물다. 돈을 내고 월드 워런티를 구매하면서도 적용 국가, 부품별 적용 기간 등을 소비자가 직접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 워런티가 있어도 납득하기 어려운 서류를 요구하는 때가 있다. 제품의 구입처 및 시기, 체류 여부 등을 증명하라는 요구다. 노트북PC가 고장날 때에 대비해 별도 워런티 증서 외에 영수증 등 관련 서류를 함께 보관해야 한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구경태 한국소비자원 과장은 “월드 워런티라는 이름의 보증 서비스가 실제로는 무용지물인 일이 많다”“기업이 제품 판매에 불리한 내용은 홍보를 꺼리기 때문에 소비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